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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4      September 11.2020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FOOD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VANCOUVER LIFE WEEKLY




        [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]


        ‘새콤달콤향긋’ 토마토, 엄청난 쓸모









       "                  편리한 시대다. 근처 어느 마트를 가더라도 식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손가락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"


                          몇 번으로 문 앞까지 식재료를 배달해 준다. 주방 한편에 내용물보다 더 큰 부피의 택배 상자가 쌓이는
                          걸 보면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지만, 약간의 죄책감은 이내 뒤따라오는 편리함에 뒤덮인다. 모든 일에는
                          명암이 있다. 음식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대가로 우리가 잃은 건 혹시 없을까.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        강원 영월 그래도팜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토마토. 품질을 위해 토마토가 완전히 익었을 때 따서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한     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시장 클라인마르크트할레 등 세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토마토는 2만여종이나 된다. 강렬하고 싱그러
        다.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운 향을 가진 토마토는 껍질과 과육, 즙 제각각 훌륭하게 쓰인다.


         사시사철 접할 수 있는 식재료 중 대표적             관점에서 보면 좋은 토양에서 재배된 토마              고 해도 수확 시기를 확인하는 건 중요하              에 뿌리면 토마토 과육 없이도 토마토 향
        인 게 토마토다. 원래 토마토는 여름이 시             토보다 맛과 향이 덜하다. 그렇다고 땅에              다. 시간이 지나면 토마토의 풍미는 서서히             이 나는 샐러드를 만들 수 있다.
        작되기 전부터 가을 초 까지가 제철이다.              서 키운 게 마냥 좋다고는 할 수 없다. 토            그 강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.                     토마토의 향으로 맛을 구분하는 시대가
        남미 안데스가 원산지인 토마토는 햇빛을               질이 좋지 않으면 되레 수경재배보다 못할               맛 좋은 토마토만큼 주방에서 쓸모 많               온다면 그 다음에 오는 건 다양성이다. 지
        좋아해 일조량이 많고 기온이 높아야 농               수 있다.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은 식재료가 또 없다. 냉장고에 과일과 채             구상에 존재하는 토마토는 2만종이 넘지
        사가 잘된다. 신대륙에서 토마토를 가장                향의 차이는 수확 방식과 유통기간에 따              소가 없어도 토마토가 있다면 두 마리 토              만 한국에서는 고작해야 예닐곱 가지를
        먼저 받아들인 유럽에선 스페인과 프랑스,              라서도 영향을 받는다. 소비자들의 기대               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. 실제로 토마토              접할 수 있다. 강원 영월에서 유기농법으로
        이탈리아 세 나라의 남쪽에서 자라는 토               와는 달리 시중 대부분의 토마토는 유통               는 과일이냐 채소냐 논란이 있는 유일한               완숙 토마토를 생산하는 그래도팜에서는
        마토를 제일로 친다.                         상 편의를 위해 미처 다 익기 전에 딴다. 완           식재료이기도 하다. 식물학적 분류보다는               15종의 에어룸 토마토를 올해 처음 수확
         우리가 감귤 하면 제주도를 떠올리듯 이              전히 성숙한 토마토가 100%라고 한다면              용도에 따라 쓸모를 구분하는 편이 머리               할 예정이라고 한다. 다양한 품종의 완전
        탈리아에서 가장 맛있는 토마토가 자라                미성숙 토마토가 수확되는 시점은 대략                가 덜 아플 수 있다. 토마토가 유럽에서 처            히 숙성한 토마토를 맛볼 생각을 하니 벌
        는 곳은 남쪽의 시칠리아섬이다. 시칠리아              70~80% 사이다. 미성숙 토마토는 가지에            음 건너올 땐 독이 있는 걸로 오해받아 식             써부터 군침이 돈다.
        중에서도 최남단 파키노에서 생산되는 방               서 떨어져 나와도 시간이 지나면 붉게 변              재료로 사용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
        울토마토가 맛 좋기로 유명하다. 처음 시              한다. 보기엔 먹음직스럽게 새빨갛지만 맛              다. 토마토가 가진 단맛과 신맛, 그리고
        칠리아에서 맛본 파키노산 방울토마토의                과 향은 완전히 성숙한 후 딴 토마토와               감칠맛을 내는 특성으로 인해 소스에 들
        맛을 잊을 수가 없다. 대개 이런 이야기를             큰 차이를 보인다. 갓 딴 토마토는 풋풋              어가는 조미료의 일종처럼 사용되다가 19
        하면 얼마나 달콤하냐 묻는다. 토마토를               한 풀 내음이 특징이다. 완전히 성숙한 토             세기나 돼서야 샐러드처럼 생으로 먹기 시
        과일로 본다면 틀린 질문은 아니다. 하지              마토는 단맛과 신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               작했다는 기록이 있다.
        만 토마토의 진정한 미덕은 단맛에만 있지              루고 향도 풋내 가득하다. 완숙 토마토라               토마토는 껍질과 과육, 그리고 젤리처럼
        않다는 걸 그때 경험했다. 좋은 토마토란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생긴 즙으로 구성된다. 몇몇 조리법을 보
        단맛과 신맛이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 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면 데쳐서 껍질을 제거하고 즙은 따로 모
        고, 거기에 중요한 건 향이라는 사실이다.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아 버린 후 과육만 쓰는 걸 추천하는데,
         우리가 먹는 토마토는 대개 향이 거의 없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. 이렇게 하는 건
        다고 할 정도로 미미하다. 언제 어디서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단지 입안에서 걸리적거리는 느낌 없이 달
        먹을 수 있는 편리함을 얻은 대신 토마토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큼한 과육만 요리에 쓰기 위한 방법일 뿐
        가 가진 싱그러운 향을 잃었다. 농사는 당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다. 토마토 향 대부분은 껍질에서, 고유
        연히 땅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의 상큼한 산미는 즙에서 나온다. 향이 좋
        은 다르다. 과일과 채소는 영양분이 들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은 토마토라면 껍질은 굳이 벗길 필요는
        있는 양액을 통해 재배하는 수경재배가 대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없다. 벗긴 껍질은 따로 오븐에서 말리거
        세다. 관리가 편하고 일정 수준의 품질을             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카나티아 등 세계 곳곳에서 만날 수 있    나 튀겨 토마토 파우더, 장식용 가니시로
       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. 관능적인              는 토마토는 2만여종이나 된다. 강렬하고 싱그러운 향을 가    쓰면 좋다. 새콤달콤한 즙을 모아 드레싱              장준우 셰프 겸 칼럼니스트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진 토마토는 껍질과 과육, 즙 제각각 훌륭하게 쓰인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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